뉴스 읽기 가이드

김용범 정책실장의 글, ‘부동산 사지마‘ 로만 읽어도 되는가

뉴길스 2026. 6. 20. 20:31

김용범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또다시 익숙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번 블룸버그 보도 때도 그랬다. 초과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어느새 “기업의 초과이익을 빼앗겠다는 것”처럼 소비됐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김용범 실장의 글은 한국 경제가 맞이한 이례적인 호황과 그에 따른 분배, 자산시장, 정책 선택의 문제를 다룬 글인데, 일부 기사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곧바로 “부동산 세금 올리겠다는 신호”처럼 몰아가고 있다.
아래 기사를 보자.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64455.html

김용범 “반도체로 번 돈 부동산에 흡수되면 호황 오래 못 가…과세 정상화해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일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www.hani.co.kr

 
 
물론 기사 자체가 완전히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이 고급진 페이스북 글이 제목과 커뮤니티식 퍼나르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증세’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김용범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을 직접 살펴보자.

글의 핵심은 부동산 세금 하나가 아니다

김용범 실장의 글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AI 호황으로 20여 년 만의 기록적인 명목 성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는 모두가 함께 체감하는 전면적 호황이라기보다 특정 산업이 끌어올린 평균의 상승에 가깝다.

문제는 이 호황이 성과급, 임금, 주가, 환율, 부동산, 금리로 시차를 두고 번지면서,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물가와 긴축의 부담만 먼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호황의 핵심 과제는 늘어난 국부와 재정 여력을 부동산 불로소득이 아니라 청년,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흘려보내 저성장 탈출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단순히 “부동산 세금을 올리자”는 글이 아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막대한 유동성을 한국 사회가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지난번 초과 세수 논의와도 비슷한 결이다. 그때도 초과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기업의 초과이익을 빼앗아 가려는 것처럼 소비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용범 실장의 글은 지금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룬다. 호황은 왔다. 숫자는 좋아졌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그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결국 이 글은 분배와 선택에 대한 고민이다.

그런데 언론은 왜 부동산만 제목으로 뽑나

<사진출처 google 검색 캡쳐>

 
그러나 역시나 우리 뉴스판에서는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전부 그쪽으로 제목을 뽑는 듯하다. 마치 “부동산 넣어, 세금 넣어, 난리 나게 만들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김용범 실장의 글에서 부동산이 나온 부분만 따로 보자.

성과급이 실제로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진다. 호황을 선반영했던 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쌓여 있던 무역흑자가 국내로 환수되면서 원화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면, 그동안 관망하던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아니면 늦을 수 있다는 조급함도 더 넓게, 더 멀리 퍼져나간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장면을 여러 번 경험해왔다. 유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집단적인 학습을 해왔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예외일 것이라고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핵심 단어는 ‘규제’가 아니라 ‘정상화’다

일단 김용범 실장은 기존에 유동성이 증가할 때 그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말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딱히 이해 못 하거나 반박할 여지가 커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큰돈이 생겼을 때 부동산으로 향했던 경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했을 수 있다.
“어? 결국 세금으로 막겠다는 건가?”
하지만 김용범 정책실장은 여기서 규제라는 단어가 아니라 정상화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현금 부자들에게 강력한 투자 자산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히 보유해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고, 팔아서 차익을 남겨도 비과세나 감면 혜택 등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
즉 시스템이 왜곡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왜곡을 따라 움직인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돈은 그쪽으로 간다.
그러니 이 글의 문제의식은 “집을 사지 말라”가 아니다. 정확히는 이것에 가깝다.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누고, 지금 생겨난 여유를 어떤 미래로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무엇이 ‘정상화’인가이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무엇이 부동산 과세의 정상화인가.
보유세를 어느 수준으로 조정해야 하는가.
양도세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실거주자와 다주택 투자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청년과 무주택자에게는 어떤 사다리를 만들어줄 것인가.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은 어디에 써야 하는가.
이런 논쟁은 당연히 필요하다. 세금은 결국 분배의 문제이고, 분배는 다시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세금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납세는 의무다. 그렇다면 진짜 논쟁은 어디에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 얼마나 거둘 것인가, 그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로 넘어가야 한다.
김용범 실장이 글 말미에서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종류의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한 것도 그런 의미로 읽힌다.
정답을 하나로 닫아놓은 글이 아니라, 사회가 다시 논의해야 할 질문을 던진 글에 가깝다.

이 글을 ‘부동산 증세’로만 소비하면 안 된다

지금 일부 보도와 커뮤니티 반응은 이 복잡한 논의를 “또 부동산 세금 올리겠다는 거냐” 정도로 단순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김용범 실장의 글을 제대로 읽는 방식이 아니다.
그가 말한 것은 부동산 증세 하나가 아니다. 호황으로 생긴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의 문제다.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다시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그 돈이 청년, 취약계층, 미래 산업, 생산적 투자로 연결된다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이번 호황을 또 한 번의 부동산 상승장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만들 것인가.

김용범 실장의 글은 그 선택을 묻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세금 올린다더라” 하고 화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정상화인가.
늘어난 국부를 어디로 흘려보내야 하는가.
부동산이 아니라 미래로 돈이 가게 만들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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